새벽 2시, 현관 앞 장난감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 맘스노트
쉿! 지금부터 우리가 지켜줄게
새벽 두 시쯤이었습니다.
목이 말라 잠깐 일어나 침실 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발에 뭔가가 툭 걸렸습니다.
'뭐지?'
잠이 덜 깬 채 바닥을 내려다보니 피식 웃음이 났어요.
침실 문 앞부터 현관까지.
공룡, 로봇, 젤리캣 인형, 고고다이노, 자동차….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 집을 지키는 보초처럼요.
사진 한 장을 남겨두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그 장면은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아이들은 밤을 조금씩 무서워하기 시작했거든요.
불을 끄면 깜깜한 거실이 무섭고, 귀신과 도깨비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보이지 않는 소리 하나에도 "엄마, 저게 뭐야?" 하고 묻곤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어둠보다, 무엇인지 모르는 소리가 더 무서웠습니다.
엘리베이터 소리,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 식기세척기에서 물이 빠지는 소리, 창밖 자동차 소리….
어른에게는 익숙한 소리였지만, 아이들에게는 아직 이름 없는 소리였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저보다 먼저 해결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무섭고 힘센 공룡은 현관 앞에, 든든한 친구들은 거실에, 가장 좋아하는 인형은 안방 가까이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 집을 지켜줄 친구들'을 배치해 두었던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만약 모두가 잠든 뒤, 티라노사우르스가 제일 먼저 눈을 뜬다면?
젤리캣은 물방울 소리를 찾아 뛰어가고, 트리케라톱스는 현관을 지키고, 고양이 인형은 창문 밖을 살펴본다면?
밤마다 들리던 낯선 소리들은 하나씩 정체를 찾아가며 우리 집을 지키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메모장에 제목 하나를 적어 두었습니다.
쉿! 지금부터 우리가 지켜줄게.
아직 한 권의 그림책은 아닙니다.
이야기도, 그림도, 장난감 친구들의 이름도 이제 막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잠들기 전 아이가 가장 안심되는 그림책으로 완성해 보고 싶습니다.
SLOW EDU · MAKING STORY
쉿! 지금부터 우리가 지켜줄게
생각기록 by 달리안
이 이야기는 세 살과 다섯 살이 된 두 아이가 조금씩 밤을 무서워하기 시작하면서 태어났습니다.
불을 끄면 깜깜한 거실이 무섭고, 귀신이나 도깨비 이야기를 들으면 잠시 제 뒤를 따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침실 문을 열었다가 현관까지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장난감들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진을 찍으며 한참 웃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우리 집에서 들리는 소리들이 하나씩 궁금해졌습니다.
엘리베이터, 냉장고, 식기세척기, 창밖 자동차, 새벽의 바람.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모두 처음 듣는 소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그 소리들의 정체를 찾아가는 장난감 친구들의 모험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제목 하나와 메모뿐인 이야기.
하지만 원숭이 삼촌이 그랬듯, 언젠가 한 권의 그림책으로 천천히 완성해 보려고 합니다.
좋은 이야기는 거창한 상상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새벽 두 시, 현관 앞에 줄지어 서 있던 장난감들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아이들의 작은 행동을 오래 바라보며, 다음 이야기를 천천히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