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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면, 아이는 왜 책보다 사람을 먼저 볼까

서울야외도서관에서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책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던 아이의 질문을 통해, 도시와 공공공간이 아이에게 어떤 경험이 되는지 슬로우에듀 시선으로 담았습니다.

아이와 자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도서관에 가는 것 같아요.

실내 도서관도 가고, 동네 작은 도서관도 가고, 가끔은 조금 멀리 있는 공간까지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어요. 책을 많이 읽겠다는 목표보다는, 그냥 책이 가까이에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날씨가 정말 좋아졌죠. 그래서 오랜만에 서울야외도서관에 다시 가봤어요. 생각해보니 거의 2년 만이더라고요.

돗자리를 펴고, 책 몇 권과 간단한 간식을 챙겨 앉아 있었는데 이번에도 아이는 책보다 먼저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어요.

“엄마, 저 사람은 왜 밖에서 책 읽어?”

“왜 저 사람은 누워 있어?”

“왜 여기 사람들은 조용조용 말해?”

질문이 계속 이어졌어요.

아이들은 공간에 가면 생각보다 분위기를 먼저 읽는 것 같더라고요.

누군가는 혼자 이어폰을 끼고 있었고, 누군가는 책을 읽다 말고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고, 어떤 가족은 과자를 나눠 먹으며 웃고 있었어요.

아이 눈에는 그 장면들이 꽤 신기했던 모양이에요.

슬로우에듀_도서관의 아이 경험

책보다 먼저 사람들의 분위기를 바라보던 순간.

사실 집에서는 책 읽자고 하면 딴짓부터 하던 아이거든요.

한 페이지 읽고 물 마시러 가고, 또 장난감 찾으러 가고, 결국 책보다 레고를 더 오래 붙잡고 있는 날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가끔 “책 좋아하는 아이”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정신없고 산만하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공간이 바뀌니 반응도 조금 달라졌어요.

한참을 뛰어다니다가 다시 와서는 자기가 가져온 책을 펼쳐보더라고요. 그리고는 제 옆에 누워 사람들을 한참 구경했어요.

그 모습이 꼭 “책을 읽는다”기보다, “책이 있는 공간에 머물러본다”에 가까워 보였어요.

가만히 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은 책 내용을 먼저 배우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를 먼저 배우는 건 아닐까 하고요.

누군가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 햇빛 아래 누워 쉬는 모습, 가족끼리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모습 같은 것들이요.

사실 저도 오랜만에 마음이 조금 느려졌어요.

집에서는 늘 해야 할 일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상하게 그 공간에서는 잠깐 멍하니 바람을 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도 뛰어다니다가 다시 돌아와 제 옆에 눕고, 또 질문 하나를 던지고, 다시 사람들을 구경했어요.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아이가 갑자기 그러더라고요.

“우리 여기 다시 오자.”

그리고 잠시 뒤, 조금 뜻밖의 말을 했어요.

“그땐 책 많이 가져올래.”

책 읽자고 할 땐 반대로 하던 아이였는데, 공간이 바뀌니 또 새로운 도전처럼 느껴졌나 봐요.

그 말을 듣는데 괜히 웃음이 났어요.

억지로 시키는 것보다, 좋은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 아이에게는 더 오래 남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이에게 무언가를 많이 가르쳐주기보다, 책이 가까이에 있는 시간을 같이 보내보려고 해요.

조금 느리더라도, 그런 기억들이 언젠가는 아이 안에 차곡차곡 남게 될 거라고 믿으면서요.


SLOW EDU NOTE

서울야외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이라기보다, 도시 사람들이 천천히 머무는 분위기를 경험하는 곳에 가까웠어요. 아이와 꼭 오래 앉아 있지 않아도 괜찮더라고요. 잠깐 머물러도, 아이는 그 공간의 공기와 사람들의 모습을 오래 기억하는 것 같았어요.

오늘 아이와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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