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삼촌은 세모를 좋아해 by 달리안
원숭이 삼촌은 세모를 좋아해
원숭이 삼촌은 세모를 좋아해“나를 원숭이 삼촌이라 불러봐.
우끼끼끼!”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해.
특히 킥보드를 타고, 커다란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햇살을 받으며 쌩쌩 달리는 걸 좋아하지.
어느 날이었어.
여느 때처럼 은행나무 숲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지.
씽—
휘이잉—
노란 은행잎들이 내 옆으로 빙글빙글 날아갔어.
햇빛은 고글에 반짝반짝 비쳤고, 바람은 내 털을 간질였지.
그런데 그때였어.
쿵!!!
“우끼익?!”
나는 그만 은행나무를 들이받고 말았어.
우수수수수—!!
노란 은행열매들이 비처럼 떨어졌지.
동그란 열매들이 여기저기 데굴데굴 굴러갔어.
툭.
톡.
통!
“아이쿠!”
열매 하나가 내 머리를 맞췄어.
또 하나는 코 위로 떨어졌고, 하나는 킥보드 바퀴 밑에서 질퍽! 하고 터졌지.
그 순간…
“으아아악!”
나는 코를 틀어막았어.
“냄새 냄새~
똥 냄새보다 더 고약하잖아!!!”
나는 펄쩍펄쩍 뛰었어.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어.
숲속 다람쥐들은 킁킁 냄새를 맡으며 웃고 있었거든.
“이상하다…
왜 다람쥐들은 괜찮지?”
나는 조심조심 바닥을 내려다봤어.
노란 은행열매들은 동그랗게 생겼어.
꼭 작은 달걀 같기도 하고, 노란 구슬 같기도 했지.
데굴—
데굴—
열매들이 굴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이상한 돌멩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
어?
그 돌멩이는 세모였어.
뾰족한 꼭짓점이 세 개.
“어라?
너는 왜 동그랗지 않아?”
나는 세모 돌멩이를 손에 집어 들었어.
세모 돌멩이는 말이 없었어.
대신 햇빛을 받아 반짝였지.
반짝.
나는 한참 동안 세모 돌멩이를 바라봤어.
“가만 보니…
너 꽤 멋진데?”
세모는 이상했어.
동그라미처럼 데굴데굴 굴러가지도 않았고,
네모처럼 반듯하지도 않았거든.
그런데 꼭 산처럼 보였어.
바나나 조각 같기도 하고,
지붕 같기도 하고,
높은 나무 꼭대기 같기도 했지.
나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어.
“맞아!
나는 세모를 좋아했구나!”
그래서 킥보드 바구니 안에
세모 돌멩이를 소중히 넣어두었어.
그리고 다시 숲길을 달렸지.
씽—
휘이잉—
햇빛 아래 반짝이는 세모 돌멩이와 함께.
그날 이후로 나는 길을 걸을 때마다
세모를 찾게 되었어.
샌드위치도 세모.
산도 세모.
여우 귀도 세모.
구름 사이로 보이는 새의 날개도
멀리 보이는 텐트 지붕도 세모였어.
“우끼끼끼!
세모는 생각보다 많잖아!”
그날부터였을까?
나는 전보다 더 천천히 걷게 되었어.
왜냐하면 좋아하는 모양은
천천히 봐야 더 잘 보였거든.
🌳
오늘 너는 어떤 모양을 좋아하니?
SLOW EDU · MAKING STORY
원숭이 삼촌은 세모를 좋아해
by 달리안
딸아이가 두 살이 되면서 색연필을 아슬아슬하게 꽉 쥐고 선,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힘껏 그리기 시작했어요. 금방이라도 종이가 뚫릴 것 같은 힘, 빨개진 작은 손, 그리고 온 세상을 다 잊은 듯 집중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람스럽던지 몰라요.
그 시기의 아이는 유난히 도형을 좋아했어요. 특히 세모와 동그라미를 반복해서 그렸는데, 스케치북 세 권이 제 그림으로 채워질 정도로 “그려줘!”를 외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하나 좋아하게 된 게 있었어요. 바로 사람처럼 생긴 원숭이였어요.
아이는 틈만 나면 “촌~촌~” 하며 삼촌을 찾았고, 원숭이 그림을 보여주면 유독 오래 바라봤어요. 아마 아이 눈에는 사람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한 그 어딘가가 재미있었나 봐요.
그러던 어느 날, 만삭이었던 저는 갑자기 양수가 터져 둘째를 출산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에도 제 마음 한쪽엔 늘 첫째가 있었어요.
“지금쯤 뭐 하고 있을까?”
“엄마 찾고 있진 않을까?”
“우리 아이는 뭘 제일 좋아했더라?”
밤마다, 낮마다 그런 생각들을 계속 떠올렸어요. 그러다 문득 챙겨온 태블릿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어요.
세모.
동그라미.
원숭이.
킥보드.
커다란 선글라스.
그리고 아이가 깔깔 웃을 만한 냄새 이야기까지.
그렇게 원숭이 삼촌이 태어나기 시작했어요.
아이마다 좋아하는 그림체도 조금씩 다르잖아요. 저희 아이는 유독 실제 사람처럼 생긴 인형이나, 사람 같은 표정을 가진 동물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원숭이 삼촌도 사람처럼 킥보드를 타고, 웃고, 당황하고, 냄새에 펄쩍 뛰는 모습으로 그리게 되었어요.
그리다 보니 생각보다 꽤 “주인공 같은 얼굴”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속으로 피식 웃었죠.
“되든 안 되든…
이 원숭이 삼촌으로 이야기 한번 만들어보자.”
그렇게 시작된 게 바로 이 이야기입니다.
사실 그때 바로 그림을 마저 그리고 동화책까지 완성했으면 참 좋았을 거예요. 하지만 현실은 신생아였던 둘째와, 아직 엄마 품이 많이 필요했던 두 살 첫째를 함께 돌보는 하루하루였어요.
서로 울고, 서로 안기고, 서로의 안녕을 챙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버렸고…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습니다.
이제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려주기엔 아이가 훌쩍 커버렸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이 미완성의 그림들과 이야기들을 꼭 끝까지 완성하고 싶어졌어요.
아마 그때의 저는,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던 평범한 엄마였겠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시간 속에는 분명 우리 가족만의 작은 세계가 담겨 있었거든요.
지금의 제가 제 엄마의 오래된 사진과 기록을 꺼내 보듯, 언젠가 저희 아이들도 이 책을 펼쳐볼 날이 오겠지요.
“엄마가 우리 어릴 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
“내가 세모를 그렇게 좋아했었구나.”
하고 웃으면서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책이 아니라,
한 아이를 오래 바라보았던 엄마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실제 아이를 관찰하며 만든 작은 사고 기록들을 천천히 이어가보려고 합니다.”
🌳 생각나무 시리즈 (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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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질문과 관찰에서 시작된 슬로우에듀 동화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