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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늦던 아이에게 “왜?”가 시작되었습니다

말이 늦게 트였던 아이가 만 3세 무렵 “왜?”를 폭풍처럼 묻기 시작한 경험과, 부모가 먼저 이해하면 좋은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SLOW EDU : WHY 성장기록

말이 늦던 아이에게
“왜?”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둘 다 말이 조금 늦게 트인 편이었습니다.

첫째는 36개월이 다 되어서야 한 문장으로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30개월쯤에는 언어치료도 받았습니다.

그때는 코로나 시기였습니다. 주변에도 언어가 늦게 트여 센터를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고, 저도 그 분위기 속에서 많이 흔들렸습니다.

혹시 내가 너무 늦게 알아챈 건 아닐까. 지금이라도 빨리 뭔가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서는 엄마였습니다.

6개월 정도 언어치료를 받으면서 선생님께 나쁘지 않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시간이 아니라, 저에게도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아이의 언어 발달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게 되었고, 집에서 어떻게 말을 붙여주고 기다려줘야 하는지도 조금씩 배웠습니다.

가이드에 맞춰 아이와 꾸준히 이야기하고, 읽어주고, 기다려주다 보니 아이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둘째를 키울 때는 조금 달랐습니다.

둘째 역시 말이 빠른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첫째를 통해 한 번 겪어본 시간이 있었기에, 예전처럼 조급하게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센터를 바로 찾기보다 집에서 많이 읽어주고,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계속 말을 붙여주고,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30개월이 지나자 둘째도 자기 속도로 말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말이 트였으니 이제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시작은 그다음이었습니다.

말이 트이고 1년쯤 지나자, 우리 집에는 하루 종일 한 단어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말이 터진 뒤,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슬로우에듀_만 3세 아이의 왜 (Why) 시작의 의미

둘째의 “왜?”는 정말 시도 때도 없었습니다.

밥을 먹다가도 묻고, 신발을 신다가도 묻고, 산책을 하다가도 묻고, 창밖을 보다가도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반가웠습니다.

말이 늦었던 아이가 이렇게 세상을 궁금해한다는 사실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엄마, 왜 바람은 안 보여?”
“왜 나뭇잎은 떨어져?”
“왜 비는 위에서 내려와?”
“왜 자동차는 혼자 가?”
“왜 해는 밤에 없어?”

아이는 자신이 본 것들, 자연 현상, 움직이는 것들의 원리를 궁금해했습니다.

대답을 해주면 끝날 줄 알았는데, 대답은 또 다른 질문을 데리고 왔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그래.”
“바람은 왜 불어?”
“구름 때문에 비가 와.”
“구름은 왜 생겨?”

어떤 날은 대답하다가 말문이 막혔고, 어떤 날은 제가 아는 것보다 아이의 질문이 더 빠르게 앞서갔습니다.

그럴 때면 괜히 당황해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어요.

“글쎄,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그건 나중에 찾아보자.”
“그냥 그런 거 아닐까?”

처음에는 아이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제가 부족한 엄마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살의 “왜?”란?

아이는 정확한 과학 지식을 확인하려고 묻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눈앞에서 본 세상을 자기 안에 넣어보려는 중이었습니다.

바람이 왜 부는지, 나뭇잎이 왜 떨어지는지, 비가 왜 오는지.

그 모든 질문은 아이에게 아주 큰 공부였습니다.

말이 늦게 트였던 아이가 이제는 말로 세상을 붙잡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 부모가 볼 수 있는 것

  • 아이가 눈앞의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
  • 말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힘이 자라고 있다는 것
  • 원인과 결과를 연결해보려는 생각이 시작됐다는 것
  • 부모와 함께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
  • 정답보다 대화 자체가 중요한 시기라는 것

부모님들께

그때의 저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의 모든 질문에 완벽하게 답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아이의 “왜?”는 부모의 지식을 시험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려주는 신호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식으로 대답하려고 합니다.

❓ 아이의 “왜?”에 답할 때는..

  • 바로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게, 왜 그럴까?”라고 함께 멈춰도 좋습니다.
  • 아이의 생각을 먼저 물어봐도 됩니다.
    “너는 왜 그런 것 같아?”라는 말이 생각을 열어줍니다.
  •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도 됩니다.
    “엄마도 잘 몰라. 우리 같이 찾아보자.”도 좋은 대답입니다.
  • 질문을 다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에 하나만 붙잡아도 충분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설명보다, 질문해도 괜찮다는 분위기일지 모릅니다.

부모가 모든 답을 알고 있지 않아도, 함께 궁금해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배울 수 있습니다.

WHY 성장 노트

나이 : 만 3세 전후

질문의 방향 : 세상을 향한 질문

대표 질문 : “왜 바람은 안 보여?”, “왜 비가 와?”, “왜 나뭇잎은 떨어져?”

부모가 기억할 것 : 답보다 함께 궁금해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슬로우에듀의 생각

말이 늦었던 아이에게 “왜?”가 시작되었을 때, 저는 아이가 드디어 세상을 말로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 질문이 하루 종일 이어지면 지칩니다.

대답을 못해 당황하는 날도 있고, 너무 피곤해서 짧게 넘기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의 “왜?”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 합니다.

그건 부모를 힘들게 하려는 말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해보려는 첫 번째 탐험이니까요.

✍🏻 Slow Edu 한 줄

3살 아이의 “왜?”는 부모를 시험하는 질문이 아니라, 세상을 처음 이해하려는 아이의 작은 탐험입니다.

다음 WHY 성장기록

다음 글에서는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서 “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세상을 묻던 아이는 어느 순간 규칙과 약속을 묻기 시작합니다.

다음 이야기 : 5세의 WHY, “왜 안 돼?” 규칙을 묻기 시작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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